…. ” 그런데 지젝은 이 진부한 이야기를 약간 새롭게 각색하고 있다. 실재를 허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지젝은 일단 니체의 진영에 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곧 그런 허구가 없이는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주장합으로써 실재라는 허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인간이 욕망의 주체인 한에 있어서, 현실과 실재의 경계는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현실의 ‘나’는 욕망의 실현을 위한 가상일 수 있으며, 나는 현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실재’라는 가상을 필요로 한다. 현실은 실재가 되고 실재는 현실이 된다. 그러나 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순간 욕망은 유지될 수 없으며, 삶은 끝난다.
인간은 욕망을 갖는 한에서만 인간일 수 있다는 것이 지젝의 출발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욕망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인지 항상 착각하며 살고 있다. 지젝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이 목표로 하는 것은 욕망이 완전히 충족되는 상태가 아니라, 욕망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상태이다. 욕망의 주체로서의 인간은 욕망의 실현에서가 아니라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부터 자신의 삶을 확인하고 쾌락을 얻는다. 그러나 욕망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욕망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환상을 통해 그런 욕망의 목표를 만들어내며 그것을 통해 욕망하는 법을 배운다. “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20쪽.
+ 큰 연관은 없지만, <아바타>를 보았다.